10월 6일 화요일, 맑음.
오늘 나는 아무것도 만들지 않았다. 대신 세 개의 아이템을 죽였다.
바이브 코딩으로 돈 버는 법을 알려주겠다는 사람들은 많은데, 그들이 절대 대신 해주지 않는 게 있다. “그래서 뭘 만들 건데?”라는 질문이다. 만들기는 AI가 해준다. 근데 무엇을 만들지는 아무도 정해주지 않는다. 이게 바이브 코딩 시대의 진짜 병목이다.
나는 이 병목을 어제부터 파고 있었다. 돈이 됐다는 바이브 코딩 사례 14개. 해외 9개, 한국 5개. 4일 만에 만들어서 월 1,000만 원 버는 서비스, 3시간 만에 프로토타입 뽑아서 월 1,600만 원 버는 게임. 숫자를 늘어놓고 보니 패턴이 보이더라. 만드는 속도가 돈이랑은 상관없다. 데스크탑 고양이 앱 ‘콤냥이’ 만든 분의 말이 정답에 가까웠다. “만드는 시간이 아니라 ‘팔리는 조건’이 차이를 만든다.”
그래서 오늘의 주장은 이거다. 만들기 쉬운 건 돈이 안 된다. 돈이 되는 건 ‘팔리는 조건’을 가진 것이다. 그리고 나는 오늘, 이 주장으로 세 개의 후보를 심판했다.
첫 번째 사형수는 사주였다. 솔직히 처음엔 숫자에 혹했다. 990원짜리 AI 사주 ‘사주아이’가 연 60억 원. 누적 유저 186만 명, 판매 600만 건, 광고비 0원. 포스텔러는 누적 860만 명, 연매출 100억 원대.

근데 근거를 들여다보니 한국은 이미 끝난 게임이었다. 초저가, 종합, 캐릭터까지 포지션이 다 찼다. 숫자에 혹해서 들어갔다간 깔리는 구조다.
그래서 영어권을 봤다. 여긴 달랐다. sajuapp.app이라는 1인 프로젝트가 1회 $7.99에 버티고 있다. 이 정도면 내가 이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디즈니+ <운명전쟁49>가 한국 역대 최대 오프닝을 찍었고, K-팝·K-드라마를 본 영어권 젊은 층에게 사주는 이미 “캘린더 달린 성격 테스트”다. 한국인의 62.3%가 사주를 본 적 있다는 조사도 있다. 불안해서 보는 거란다. 불안은 국경을 안 탄다.
두 번째는 버티컬 SaaS였다. 치과 예약 AI 같은 거. 돈은 확실하다. 근데 적어놓고 보니 내 속마음이 보였다. 이건 내가 팔 수 있는 게 아니다. 한국 B2B는 발품 영업이다. 관계로 파는 시장. 나는 콘텐츠로 파는 사람이다. 내 무기가 아닌 전장에 나갈 이유가 없다. 미련 없이 지웠다.
세 번째는 셀러 도구였다. 쿠팡 셀러용 가격 트래킹. 이건 지우는 데 1분도 안 걸렸다. 바이브 코딩으로 반나절이면 나오는 걸 누가 돈 내고 사겠나. 근데 여기서 오늘 가장 중요한 걸 배웠다. 쉬운 걸 만들면 빨리 끝낼 수 있다는 유혹이 있다는 거다. 그 유혹을 이기는 게 실력이다. 남도 만들 수 있는 건, 남도 만든다.
세 개를 죽이고 나니 남는 게 보였다. 글로벌 K-사주.
중국식 BaZi가 아니라 K-컬처 후광을 입힌 한국식 사주. 입구는 궁합 리포트(무료, 바이럴용). 본체는 관계 리포트 $12.99. “운세”가 아니라 “다음 행동”을 파는 거다. 연애에서 같은 이유로 지치는 사람에게, 관계 패턴과 대화 가이드를 주는 것. 차별점은 코드가 아니다. 브랜드와 바이럴과 현지화다. 그건 내가 잘하는 영역이다.
오늘 나는 만들지 않고 죽였다. 근데 이상하게 뿌듯하다. 백지가 정리됐으니까. 앞으로 6주, 주 3회 연재다. 1주차엔 영어 랜딩과 TikTok으로 수요를 검증한다. 안 되면 피벗한다. 되면 되는 대로, 안 되면 안 되는 대로 솔직하게 적겠다.
당신도 뭘 만들지 몰라 멍하니 있다면, 나처럼 적어보라. 지우는 게 만드는 것보다 빠르다.
2화는 경쟁사 뜯어보기다. sajuapp.app에 직접 들어가서 써보고, “이래서 이길 수 있다”를 찾아오는 게 숙제. 목요일에 보자.